출판계에서는 ‘일류(日流)’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최근 눈에 띄게 일본 소설이 한국 서점가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중국 소설마저 서서히 ‘한류(漢流)’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소설은 중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비롯해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의 급속한 변화상은 물론 사회 구석구석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이제는 중국 고대사를 흥미롭게 담은 ‘삼국지’ ‘동주 열국지’ 등 고전 중심이 아니라 보다 새롭고 다채로운 작품이 한국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 독자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 작가로는 이미 고전작가의 반열에 올라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1881~1936)이 첫손에 꼽힌다. 그는 ‘광인일기’ ‘아Q정전’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겨 중국 내에서도 독보적인 반열에 올라 있다. 가족제도의 폐해를 지적한 그의 대표작 ‘광인일기’(1918)는 문어(文語)는 고어(古語)로서 현대인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학에는 구어(口語)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학혁명’을 실천한 작품이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아Q정전’은 ‘아Q’라는 날품팔이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봉건적인 중국 사회가 만들어낸 민족적 비극을 풍자해서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는 장아이링(1920~1995)이 있다. 그녀는 청나라 말의 대신 이홍장의 외증손녀다. 지난해 말 문학과지성사가 처음으로 그녀의 중단편집 ‘경성지련’ ‘첫 번째 향로’를 번역ㆍ출간하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아이링은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자유로운 문학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며 해외로 망명했고, 서구 문물이 급속히 밀려들던 1930년대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당시 사회 변화상을 실감나게 그렸다. 특히 그녀는 중국 봉건주의 체제의 몰락과 신정부의 등장, 그리고 거기서 나타나는 신문화와 구문화 간의 갈등 등을 잘 담아냈다.
198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현재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모옌(1955~ )도 한국 독자에게 친숙한 작가다. 작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도 중국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돌솥비빔밥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작가로서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보다 서재에 머물러 꾸준히 작품을 쓰는 일이 더욱 보람 있고 즐겁다고 밝힌 바 있다.
모옌의 ‘풍유비둔(풍만한 젖가슴 살찐 엉덩이)’은 중국 최고 문학상인 ‘다자홍허’ 문학상을 안겨주었지만 ‘공산당 반대’와 ‘변태적 성욕’이라는 명목으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술의 나라’는 한국ㆍ일본ㆍ프랑스ㆍ독일 등에서 출간돼 호평을 받았으며, 중국의 근대사를 다룬 ‘탄샹싱’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모옌은 성욕, 물욕, 잔혹성 등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왕멍(1934~ )은 20세기 중국의 왜곡된 삶 속에 숨어 있는 진정성과 의미를 찾는 작가다. 그는 자전적 소설인 ‘변신인형’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의 지성이다. ‘변신인형’은 봉건적인 것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그리고 어떻게 인간을 악으로 물들이는지를 그린다. 또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험난한 시기를 여성 3대의 이야기를 통해 표현한 ‘대륙의 딸들’의 저자 장융(1952~ )도 폭넓은 한국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위화(1960~ )는 ‘허삼관 매혈기’와 ‘살아간다는 것’ 등 다양한 작품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폭넓게 형성하고 있다. 문화대혁명기를 전후로 당시 중국의 변화상, 평범한 시민의 애환과 고단한 삶 등을 그린 그는 최근 신작 소설 ‘형제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번역ㆍ출간되지 않은 이 소설은 중국의 어두운 면을 지나치리만큼 적나라하게 들춰냈다고 해서 중국 정부로부터 곱지 않는 시선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상ㆍ하권으로 출판된 이 소설은 중국 내에서만 9월 초까지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작품으로 부패, 도박, 매춘 등 중국 사회의 온갖 치부를 블랙유머로 그렸다. 위화는 “극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긴 하나, 이는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1989년에 프랑스로 망명하여 활동하고 있는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오싱젠(1940~ )은 ‘영혼의 산’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파리로 유학을 가서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는 샨사(1972~ ) 또한 ‘여황 측천무후’ 등으로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젊은 작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