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홍어'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톡 쏘는 맛과 홍어 특유의 코를 뻥 뚫리게 하는 독특한 냄새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실 텐데요. 그러다 보니 홍어는 호불호가 매우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홍어가 사실은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홍어는 크게 '홍어'와 '참홍어'로 구분하는데, 그중 참홍어가 몸집이 커서 상품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어업인들이 연간 잡을 수 있는 홍어의 어획량이 한정되어 있죠. 앞서 2009년부터 해양수산부는 어선 등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남획을 막기 위해 총 허용 어획량(TAC)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어 잡이는 다른 해산물들처럼 미끼를 던지고 그물로 건져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낚싯바늘을 촘촘히 이어 만든 주낙을 활용하여 잡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주낙 방식을 통해 잡는 이유는 낚싯바늘에 걸려 홍어의 피가 빠지면서 잡냄새가 제거되고 숙성과정에서 살이 탱글탱글하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홍어는 역사서에도 그 설명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 온 생선입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홍어는 회로 먹거나 국을 끓이거나 포를 뜨기도 한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 국을 만들어 배부르게 먹으면 몸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술기운을 다스리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어는 얼핏 보면 가오리와 닮아서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생김새와 특징이 매우 다릅니다. 홍어는 머리는 작고 뾰족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지만 가오리는 주둥이가 둥글거나 약간 모가나 있습니다.
그리고 홍어는 꼬리에 독침이 없는 반면에 가오리는 꼬리에 독침을 가지고 있죠. 또한 홍어는 4~5개의 알을 낳는 반면, 가오리는 새끼를 낳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더욱 뚜렷하게 그 차이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역사성과 특유의 생김새를 지닌 홍어는 거의 삭혀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당에서 맛보는 대부분의 홍어는 삭힌 것이죠. 삭힌 홍어에서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다른 생선들과 달리, 홍어만 유독 삭혀먹는 이유는 뭘까요?
냉장 보관 시설이 없던 과거에는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육지까지 배로 옮겨오려면 여러 날이 걸렸었습니다. 그동안 홍어가 배에서 자연스럽게 발효되었는데 그냥 버리기 아까워 뱃사람들이 맛을 보니 독특한 풍미가 있어서 그때부터 삭혀먹었다고 전해집니다. 홍어를 오랜 시간 두어도 다른 생선들과 다르게 부패하거나 독성물질이 생겨나지 않고 섭취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바로 홍어가 삭혀지는 과정에서 홍어 체내에서 암모니아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어류들은 소변을 통해 여러 노폐물과 요소를 배출하는데 홍어는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피부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삼투압을 조절합니다. 홍어 체내의 요소 성분이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발효가 이루어지고 세균이 증식할 수 없는 강한 알칼리성 상태로 변하게 되어 부패하지 않는 것입니다.
독특하게 톡 쏘는 향의 근원지 역시, 바로 이 암모니아에서 비롯되어진 것입니다. 코를 찌르는 강한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삭힌 홍어는 맛과 영양이 매우 풍부한 식품입니다.
삭힌 홍어는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하고 대장에서는 암모니아 성분이 잡균을 제거해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함유된 지방이 0.5% 미만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득 이러한 궁금증이 떠오르는데요. 과연 활홍어와 삭힌 홍어 중 어떤 것이 더 영양이 뛰어날까요?
먼저 비타민 함유량은 삭힌 홍어는 숙성 과정에 점차 감소하다보니 활홍어가 보다 더 우세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을 생성하기 때문에 아미노산은 삭힌 홍어가 활홍어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활홍어와 삭힌 홍어 중에서 쉽게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 몸에 참 이로운 삭힌 홍어는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를 올려 홍어 삼합으로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고, 부침, 홍어 애국, 활어 등 다양한 요리로 우리의 입맛을 돋워줍니다.
지금까지 그 먼 옛날 뱃길을 타고 넘어오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오늘날까지 오래토록 우리 곁에 남게 된 삭힌 홍어의 유래부터, 홍어가 썩지 않고 발효될 수 있는 재미난 원리와 효능을 알려드렸습니다.
신선함이 요구되는 보편적인 생선의 기준과 달리 발효방식을 통해 식품으로써 매력과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삭힌 홍어! 아직까지 삭힌 홍어를 드셔보지 못했거나 못 드시는 분이 있다면 용기를 내 꼭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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